원유(WTI) ETF 투자시 주의할 점 – 롤오버 개념 설명

원자재 ETF를 투자할 때 꼭 알아야 할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롤오버에 대한 내용인데요, 원자재 투자는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에 롤오버를 포함한 주요 가격 결정 요소를 잘 이해하고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원자재 ETF, 특히 원유(WTI) 선물 ETF의 롤오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들어가며

2020년 4월, 원유 시장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세요? 네, 원유 가격이 마이너스까지 내려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죠. 기름 가격이 마이너스라니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현실이 됐습니다. 코로나가 터지고 모든 사람들의 발이 묶여있을 때 기름은 쓰레기 취급을 당했습니다. 원유는 한번 감산하면 그 생산량을 늘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원유 생산국들이 쉽게 감산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갈 곳 없는 원유들을 처리할 수 없어서 가격이 마이너스까지 내려갔었죠. 그때 당시 WTI ETF를 매수하셨던 분들은 그때의 투자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어떤 점들이 문제였는지 설명드릴게요.

사전 개념 설명

원유 선물의 만기

원유 선물은 만기가 있습니다. 보통 5월물 이라고 하면 5월에 만기가 되는 선물이고요 6월물 이면 6월에 만기가 되는 선물입니다. 지금이 4월인데 내가 투자하고 있는 원유 ETF가 5월물 선물을 들고 있다면 5월이 되기 전에 6월물로 선물을 교체해야 합니다. 교체 없이 들고있다면 원유 드럼통을 받게 될지도 모르죠. 그렇게 된다면 ETF 운용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고요. ETF는 원유 구입이 아닌 투자를 위한 상품이기 때문에 만기가 다가온 선물을 그다음 달 만기인 선물로 교체합니다. 이런 행위를 롤오버 라고 하죠.

콘탱고

5월물 선물의 현재 가격이 10달러인데 교체하는 6월물 가격이 10달러 보다 더 비싼 15 달러라면, 이 상황을 콘탱고라고 부릅니다. 5월물 선물을 들고 있을 때 10 달러 하는 선물을 3개 갖고 있었다면 6월물로 교체하면서 2개 갖고있는걸로 변경됩니다. 콘탱고 상황이라고 해서 특별히 손해 보는 건 없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내 자산은 동일하게 30달러로 유지되고 있거든요.

콘탱고-상황설명-그래프
  • 5월물 : 10달러 x 3개 (30달러)
  • 6월물 : 15달러 x 2개 (30달러)

백워데이션

콘탱고와 반대 상황을 백워데이션이라고 합니다. 10달러 하는 5월물을 3개 갖고 있었는데 6월물이 5달러 한다면 내가 갖고 있는 선물의 개수는 3개에서 6개로 늘어납니다. 콘탱고와 마찬가지로 특별히 내 자산에 변동이 발생한 상황은 아닙니다. 롤오버 전 후로 모두 30달러 거든요.

백워데이션-상황설명-그래프
  • 5월물 : 10달러 x 3개 (30달러)
  • 6월물 : 5달러 x 6개 (30달러)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

이제 콘탱고와 백워데이션 자체는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해하셨을 텐데요, 그럼 원유 ETF에서 수익은 언제 발생할까요? 아래  경우를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콘탱고 상황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

콘탱고-수익발생-상황
콘탱고-수익발생-상황

빨간색 세로축이 롤오버 시점이라면, 위의 이미지는 롤오버를 2번 하는 동안 모두 콘탱고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익은 콘탱고 때문에 발생하지 않고 우상향 하는 그래프 때문에 발생합니다. 위에 그래프가 5월물, 6월물, 7월물 선물의 가격 그래프라고 한다면 5월물도 6월물도 그리고 7월물도 모두 선물을 매수한 가격보다 롤오버 시점의 매도 가격이 더 높습니다. 그러면 그 차액만큼 수익이 발생하죠.

백워데이션 상황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

백워데이션-수익발생-상황
백워데이션-수익발생-상황

이번에 보고 계신 그래프도 위와 마찬가지로 선물을 매수한 가격보다 롤오버 시점의 매도 가격이 항상 더 높습니다. 콘탱고/백워데이션과 상관없이 롤오버 때 매도한 가격이 매수한 가격보다 높으면 그 차액만큼 수익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콘탱고 상황과 백워데이션 상황 중 어느 상황이 투자자에게 더 유리할까요? 사실 정답은 없지만 백워데이션 상황이 더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콘탱고 상황에서 수익이 지속적으로 나기 위해서는 원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야 하는데 원유가격이 너무 높다면 더 이상 상승하기는 쉽지 않죠. 반면 백워데이션 상황에서는 롤오버 때마다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낮은 가격대에서도 수익이 계속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콘탱고 상황에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콘탱고-손해발생-상황
콘탱고-손해발생-상황

콘탱고라는 상황과 상관없이 각 월물의 롤오버 때 가격이 해당 선물 매수 가격보다 낮게 형성되어 있죠? 그러면 그 차이만큼 손해가 발생 한겁니다.

백워데이션 상황에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백워데이션-손해발생-상황
백워데이션-손해발생-상황

백워데이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월물의 롤오버 때 가격이 해당 선물 매수 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그만큼 손해가 발생합니다. 다만 백워데이션 상황에서의 손해가 콘탱고 상황의 손해보다는 비교적 낫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백워데이션 상황에서 손해가 발생한다면 원유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겠죠. 하지만 원유에 대한 수요와 원유의 가치 때문에 가격이 무한정 떨어질 순 없습니다. 어느 순간이 되면 가격이 반등하겠죠. 하지만 콘탱고 상황에서의 손해는 현재 상황이 유지된다면 손해가 끝없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떨어졌지만 롤오버 하면 다시 가격이 올라오고, 또 가격이 떨어지고를 반복할 수 있거든요.

코로나가 미친 영향

사람들의 심리

처음 코로나가 터졌을 때 어땠는지 기억하세요? 2020년 2월 정도에 코로나 소식이 들려왔고 전 국민이 극심한 공포에 빠졌습니다. 집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려워서 모두 집 안에만 있었죠. 하지만 한 달 후에는 아니 길어도 3~4달 후면 코로나가 종식될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습니다.

원유 선물의 가격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는 원유 선물에도 그대로 반영 됐습니다. 사람들이 코로나에 대해 비관할 때는 원유 가격이 폭락하고 긍정할 때는 폭등했는데요, 5월물 원유 선물의 만기가 다가와도 당장 코로나 종식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가격은 폭락 했습니다. 하지만 6월물 원유 선물의 만기 까지는 한 달 정도가 남았으니 그때는 코로나가 종식되고 원유 소비가 활발할거란 기대가 있었죠. 따라서 5월물 가격은 폭락한것에 비해 6월물은 비싼 가격에 팔렸습니다.

그런데 6월물 만기가 다가와도 코로나 종식의 기미가 안보이니 6월물 가격도 폭락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 후 만기인 7월물의 가격은 코로나 종식의 희망과 함께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됐죠. 어떤 상황인지 보이시나요? 위에서 말씀드린 콘탱고 상황에서의 손해 구간입니다. 이때의 콘탱고는 그냥 콘탱고도 아니고 슈퍼 콘탱고라고 했습니다. 매 월 선물 가격은 폭락했지만 콘탱고로 인해 가격은 다시 뛰었고, 가격이 뛴 만큼 다시 폭락할 공간이 생긴거죠. 물론 코로나가 종식 됐다면 그대로 가격이 우상향 했겠지만 종식의 기미가 안보이자 선물 가격은 여지없이 흘러내리기를 반복했습니다.

맺음말

혹시 롤오버와 콘탱고/백워데이션에 대한 개념이 조금이라도 생기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시기에 원유 선물 투자가 문제가 됐던 원인은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엄청난 괴리율과 삼성자산운용 원유 선물 ETF의 운용 방식 변경이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발생했었죠. 이번 글에서 모두 다루기에는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생략했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해당 내용도 올려보겠습니다. 혹시 설명이 틀렸거나 개념이 이해가 안되시는 분은 언제라도 댓글로 알려주세요.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항목 *)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