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장은 무조건 직원들의 퇴직금을 퇴직연금 제도로 관리해야 합니다. 회사가 DB나 DC 둘 중 하나의 제도로만 퇴직연금을 운영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근로자가 본인이 원하는 제도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번 글 에서는 두 제도의 특징과 차이점을 설명 드릴게요.
퇴직연금 DB, DC 제도 비교
확정급여형, DB 제도
DB 제도는 기존의 퇴직금 제도와 유사합니다. “퇴사 전 3개월 평균 임금 x 근속연수” 로 퇴직금의 수준을 계산합니다. 근로자는 퇴직금을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으며 퇴사 전 3개월 평균 임금과 근속연수에 의해 퇴직금이 결정됩니다.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퇴사 전 3개월 평균임금 x 근속연수 = 퇴직금
- 기업은 퇴직금 지급을 위해 정기적으로 사외에 자금 적립
- 적립된 돈은 기업이 운용하며 이에 따른 수익/손해 발생
- 발생한 수익/손해는 기업에 귀속, 근로자 퇴직금과는 무관
확정기여형, DC 제도
DC 제도에서는 근로자의 연간 임금총액의 1/12 이상을 기업이 근로자의 DC 계좌에 매년 납입합니다. 이렇게 납입된 기업부담금을 근로자가 예금, 펀드 등에 투자하며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근로자에게 귀속됩니다. 좋은 투자로 인해 퇴직금이 증가하고, 실패한 투자로 인해 퇴직금이 줄어듭니다.
- 기업은 근로자 연 임금 1/12 이상을 매년 근로자 계좌에 입금
- 입금된 자금은 근로자가 운용하며 이에 따른 수익/손해 발생
- 발생한 수익/손해는 근로자에게 귀속됨
- 주로 예금, ETF, ETN, 리츠 등의 상품에 투자 가능
- 위험자산은 전체 적립금의 70% 까지만 매수 가능
위에 설명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적립된 퇴직금을 성공적으로 투자했을 때 DB 제도에서는 기업이 좋고 DC 제도에서는 근로자가 좋습니다. DB 제도에서는 근로자가 받는 퇴직금이 일정하며 DC 제도에서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퇴직금이 일정합니다.
DB, DC 뭘 선택해야 하나요?
예상 최종 연봉과 기대 수익률을 이용한 판단
근로자에게 어떤 제도가 더 유리할지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초봉이 5천 만원, 예상 근속연수가 30년, DC 제도로 매년 5%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근로자는 자신의 연봉이 30년 간 5% 성장했을 때의 금액과, 예상하는 실제 30년 후의 연봉을 비교해보고 30년 동안 연봉이 매 년 5%씩 증가했을 때의 금액이 예상 최종 연봉보다 더 크다면 DC 제도, 그렇지 않다면 DB 제도를 선택 하시는 게 유리 합니다. 위의 예에서 5천만 원이 30년간 5%씩 증가한다면 약 2억 1천만 원이 됩니다. 2억 1천만원이 커 보이긴 하지만 사실 30년 후의 연봉은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생각처럼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30년은 긴 세월이니까요.
적시에 DB 제도에서 DC 제도로 변환
처음 DB 제도를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DC 제도로 변경 가능합니다 (반대는 불가 합니다). 이러한 퇴직연금의 성질을 이용하면 DB 제도를 이용해 퇴직금을 충분히 쌓다가 세계 경제 불황 등의 이유로 증시가 폭락했을 때 DC 제도로 변환 후 비교적 안전한 주가 연동 금융상품을 저가 매수하는 방법도 유효합니다. 물론 지극히 이상적인 이야기이고요, 실제로 세계 경제가 무너지고 있을 때는 심리적인 이유로 투자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맺음말
한국 사람들은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크다 보니 DC 제도에 비해 DB 제도 선택이 훨 씬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저 부터도 DB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생각해보면 DC 제도가 DB 제도보다 훨씬 더 기회가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증시가 확실히 투자할 만한 환경이 됐을 때 DC 제도로 이전하여 직접 퇴직금을 관리할 계획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제가 답을 정해드릴 순 없지만 이 글이 조금이라도 노후 관리하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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